“재정건전성만 집착하면 내수 놓쳐…과감한 재정 투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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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만 집착하면 내수 놓쳐…과감한 재정 투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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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환율·유가·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는 ‘3고’에 갇혀 있다. 미국의 나홀로 성장세, 중동·우크라이나 등 세계 곳곳에서의 전쟁, 기후변화에 따른 먹거리 공급 불안 등 대외 변수가 녹록지 않다. 그나마 반도체 수출이 좋아 성장률 수치는 높아졌지만, 서민과 취약계층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과 함께 ‘3고 위기, 한국 경제 어디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의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에만 집착하다가는 내수가 망가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대통령을 필두로 경제관료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두고는 의견을 달리했다. 류 교수는 한시라도 빨리 추경 편성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김 센터장과 주 실장은 하반기를 기다려보자는 쪽이었다. 다음은 대담 전문.
-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자면.
김학균 센터장(이하 김학균) = 올해 성장률 수치가 개선되긴 했지만 생활에서 느껴지는 건 전혀 없다. 지난 10년간 내수가 구조적으로 좋지 않다는 건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잘나가는 건 다행이지만 낙수효과는 매우 약해졌다.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했다. 유연하게 정부가 재정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 경기 사이클로 보면 작년에 금리를 낮췄어야 하는데 미국보다 한국 금리가 낮으니까 그것도 못하는 상황이다.
주원 실장(이하 주원) = 3고는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외부 요인이다. 어느 정부가 들어왔어도 달라질 건 없었다. 전임 정부 때 재정 부채가 컸으니 방향을 반대로 갈 수 있다. 재정건전성이 중요하지만 내수 회복이 잘 안되면 유연하게 재정기조를 바꿨어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내수가 안 좋다면 통화정책도 미국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을 할 법한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그런 말은 없다. 산업구조가 변하는 과정 속에서 신기술 투자는 못하고 있다.
류덕현 교수(이하 류덕현) = 통화정책은 제약 조건이 있고 운신의 폭이 좁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재정정책이다. 그런데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경기 하강이 예견됐다. 지난해 추경을 했어야 한다. 국가 채무 수준 50%를 넘지 않겠다는 기조가 있다 보니 더 제약이 됐다. 지금까지 위기 시점을 돌아보면 성장기여도에서 민간부문보다 정부가 더 높았는데 지난해 1~2분기는 반대였다. 지금까지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요인이다.
- 유가가 오르고 물가도 오른다.
류덕현 = 우리나라는 물가가 낮은 국가에 속했는데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섰다. 생필품과 식료품이 오르니 서민들이 어렵다. 단기적으로 물가를 관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수급 관리는 정부가 실패한 면이 있다. 유통 면에서는 적극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주원 = 물가는 기대 심리다. 사회적 분위기를 잡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생필품 일부의 부가가치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해주는 파격도 생각해보자. 세수는 감소하겠지만 물가가 너무 높다는 인식은 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김학균 = 역사적으로 중앙은행이 물가를 연착륙시킨 적이 없다. 경제가 망가지면서 그 대가로 물가가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정책은 연착륙시키려고 하는 조치다. 대파와 같은 식료품보다 우리는 주거비 항목 부담이 크다. 실제 수치로는 주거비 항목이 미국에 비해 과소계산돼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안 잡히지만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 환율은 달러당 1400원대를 찍고 내려와 1370~1380원을 오가고 있다.
김학균 = 2008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문제 때문에 원화가 약한 게 아니라 강달러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 고환율로 인한 플러스마이너스 효과가 있지만 1~2년을 놓고 보면 마이너스 효과는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본다.
주원 = 1300원대가 뉴노멀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그 상태가 오래가긴 하겠지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한국 경제가 3~4년 사이에 크게 바뀐 건 없다. 1200원대로 내려가야 한다.
류덕현 = 어떤 상황이 교과서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 ‘뉴노멀’이라고 이야기한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우리도 따라 내리면 환율도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 고금리로 내수 부진이 크다. 금리는 언제쯤 내려야 할까.
김학균 = 결정적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 금리는 내수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부채가 많은 상황이다. 부동산 문제는 감수해야 한다. 아무런 비용 지불 없이 (안정화가) 가능할 수는 없다. 부동산이나 가계부채 쪽에서 위험신호가 온다면 한은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
주원 = 국민계정 기준으로 올해 성장률이 나빠지는 분기가 있을 것이다. 그땐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은 소비나 투자가 버티고 있지만 둘 다 마이너스가 온다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류덕현 = 미국과 금리가 벌어진 지 꽤 오래됐다. 역사상 가장 큰 금리 차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데 우리가 내릴 것인가. 재정당국은 통화당국을, 통화당국은 재정당국을 서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9월 안에 내릴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정당국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
- 총선 패배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동력을 잃은 상황이라고 평가된다. 경제수장이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류덕현 = 경제부처 장관들이 전면에 안 보인다. 3고 문제 등 대내외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책임자가 나타나야 한다. 경제부처 장관과 타 부처 장관들이 모여서 민생 텐트를 만들고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부터 비상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목표는.
주원 = 내수에 신경 써야 한다. 정부는 연초부터 수출이 좋다고 말하지만 반도체를 빼면 수출도 마이너스다. 수출이 좋은 게 아니라 반도체 수출만 좋은 것이다.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심각하다. 철강, 2차전지, 자동차 대부분 마이너스다. 수출 경기 하나만 보고 있는데 수출 회복세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 내수가 받쳐줘야 하고, 재정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신경 써줄 주체는 정부뿐이다. 수출이 좋아진다는 데 너무 무게를 싣지 않는 게 좋다.
- 야당에서 추경 편성을 제안했는데.
주원 = 아직은 섣부르다. 돈을 풀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국회도 정리되어야 한다. 원 구성 마치고 한국 경제 흐름을 봐야 한다. 다들 상저하고를 예상했는데 하반기 전망이 생각보다 나빠질 수 있다.
김학균 = 관성적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건 좋지 않다. 재정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하나하나의 결단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류덕현 = 추경 해야 한다. 정책적 여유를 가질 여지가 없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게 재정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적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회 원 구성 하고 나면 8월이 넘어간다. 빨리해야 한다.
- 재정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나.
류덕현 = 전 국민 재난지원금 말고 중위소득 계층 50%까지 줄 수도 있다. 광범위하게 서민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취약계층 복지지출을 두껍게 해야 한다. 지금은 실질적으로 취약계층 지원은 1조원 내외밖에 안 된다. 과감한 정책 시도도 필요하다. ‘1만원 무제한’ 교통 패스 같은 아이디어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국가 채무 50% 넘으면 나라 망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국민 삶을 우선시해야 한다.
- 장기적으로 저성장 문제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주원 = 산업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는데 못 따라가고 있다. 예전에는 ‘빠른 추격자’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조차 못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아야 한다.
김학균 =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일본도 하다 하다 안 되니 관치로 들어간 것이다. 예전 잣대로 가능하지 않은 세상이다. 거대담론으로 바꾸려고 하면 해결책이 있을까 싶다. 약간은 미시적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경제부처에 조언을 한다면.
김학균 = 경제대책으로 한 방은 없다. 예전처럼 고성장을 할 수는 없다. 소소한 디테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원 = 정부가 너무 방어적으로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확신이 서면 밀어붙여야 된다. 대외적 충격이 많지만 공격적인 경제정책도 필요하다. 주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면 성과도 없고 국민들도 정부가 뭐 하는지 모른다. 너무 겁내지 말고 틀을 벗어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류덕현 = 올 초 민생토론회도 그렇고 정부 정책이 너무 갑작스럽게 나오는 게 많다. 기존 세제 기류와 다른 것들도 나온다. 원칙에 맞는 정책을 구상하고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 기획재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나가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행정부를 구성하고 지휘·감독하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 임면권이다. 헌법 제78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부처 장관과 국가기관 수장 자리가 수개월째 비어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통제권 밖에 있는 기관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월20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퇴임한 이후 지도부 공백이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주지하듯 공수처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발생한 ‘고발사주’ 사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 사건 수사도 공수처 몫이다. 현 정부 들어 고삐가 풀린 검찰을 제어할 곳은 공수처가 유일하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후보 2명을 추천했지만, 여권이 밀던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자 윤 대통령은 지명 절차 자체를 뭉개고 있다. 대통령실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20일 윤 대통령이 김현숙 장관 사표를 수리한 뒤 ‘차관 대행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가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장관 임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가부를 형해화하겠다는 속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파행도 길어지고 있다. 상임위원 5명의 합의기구인 방통위는 지난해 말부터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상사였던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의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 방통위가 지난 2월 보도전문채널 YTN의 최대주주를 민간기업 유진이엔티(유진그룹)로 변경하도록 승인했으니 정권의 방송 장악 논란에 절차적 위반 시비가 이는 것도 당연하다.
공무원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자 동시에 의무이다. 처장 없는 공수처, 장관 없는 여가부, 2인 방통위는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다. 공수처법·정부조직법 등에도 저촉된다. 윤 대통령은 입으로만 법치주의 운운하지 말고, 적임자를 찾아 공석 중인 정부기관 수장과 고위 공무원 임명 절차를 즉각 진행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15일 만인 25일 당 차원의 총선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총선 출마자들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은 하나도 안 먹혔다 유능하지도 않고 실력도 없어 보이는 세력에게 어떻게 미래를 살아가야 할 젊은층이 표를 줄 수 있겠느냐며 윤석열 정부와 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영남 자민련’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당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병에 출마해 낙선한 그는 영남 인구가 (호남에 비해) 많기 때문에 (지역구 전국 총득표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불과) 5.4%포인트 졌지만, 실제로 수도권에서 전멸한 것이라며 소선거구제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장은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이미지(PI) 구축 면에서도 완전히 망했다고 했다. 김 부총장은 뻑하면 대통령이 격노한다는 표현이 언론에 나온다. 격노해야 할 건 국민이라며 대통령 이미지가 이렇게 된 건 최근 이종섭 대사 (출국), 김건희 여사 파우치, 황상무 수석 막말, 대파 소동, 의대 정원 때문이 아니다. 2년 내내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험지에서 당선된 비결에 대해 우리 당 하는 거 반대로만 했다면서 이·조 심판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당에서 내려오는 현수막 4년 동안 한 번도 안 걸었다고 밝혔다.
서지영 부산 동래 당선인은 (유권자들이) 보수 정치세력에 대한 경고를 넘어서 기대가 없다는 것을 선거로 표현한 것이라며 보수정당은 능력이나 실력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조차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은 2002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당시 20대의 이회창 후보 득표율은 32%, 노무현 후보 득표율은 62%였다며 이번 총선에서 당시 20대였던 40대의 전국 지역구 득표율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63%로 22년 전과 똑같다. 그동안 세대 이슈를 방치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86세대의 막내가 5년 정도 지나면 60대가 된다며 보수는 도대체 어디서 지지를 얻을 것인지 적극적으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을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 ‘사포당’(40대를 포기한 정당)으로 부르며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층이) 세대로 치면 고령층에 국한돼 있고 2030세대에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비주류가 된 것 같다. 극우화 또는 왜소화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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