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의 운명은···대통령 거부권 시 국민의힘 이탈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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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의 운명은···대통령 거부권 시 국민의힘 이탈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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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여당이 반대하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도록 한 것은 21대 국회 임기 말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한 결과다. 김 의장은 여야 합의 처리를 중시해왔으나, 채 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안건 상정을 결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해 결국 재의결을 위한 여야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채 상병 특검법을 재석 168명 중 찬성 168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며 표결에 불참했다.
애초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 처리 예정 안건에 없었다. 여야는 이날 주요 쟁점 법안 중 이태원 참사 특별법만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이태원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민주당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채 상병 특검법 추가 상정을 위한 의사 일정 변경 동의를 시도했다. 김 의장이 이를 받아들여 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하면서 야당 단독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김 의장은 채 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상정을 결단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달 3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부의됐다. 자동 상정되려면 60일의 추가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나 김 의장은 60일 뒤에는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상황을 고려했다. 김 의장은 본회의에서 국회 임기가 5월29일까지이므로 60일 이후를 기다릴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국회법이 안건의 신속처리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추어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지 마무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직후 민주당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한 대응’을 예고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시사한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통과 규탄대회’를 연 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가능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채 상병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온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내 특검법 재표결을 시도할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오는 27일이나 28일쯤 본회의 개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본회의 개의와 표결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이 5월 임시국회 안에 재표결 절차를 밟는다면 최종 통과 여부는 국민의힘 이탈표에 달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구속수감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재적의원 295명 전원이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197명이 찬성해야 한다. 범여권 115석(국민의힘 113석, 자유통일당 1석, 무소속 1석) 중 17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현재 이탈 가능 의원은 22대 총선에 불출마한 김웅 의원이 유력하다. 김 의원은 이날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출석 의원이 줄면 재의결에 필요한 의석수도 줄어드는 만큼 총선 불출마 및 낙선 의원들의 본회의 참석 여부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되면 야당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기로 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범야권이 192석, 범여권은 108석이다. 여권에서 8석만 이탈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통과될 수 있다. 이탈표 등을 의식해 국민의힘이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기간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양보할 의지가 있으니 지금이라도 합의 처리를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전세사기특별법도 이날 본회의에 부의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선구제 후회수’ 방침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은 이달 안에 추가 본회의가 열린다면 표결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에서 ‘서울 사람이 생각하는 시골’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지도가 있다. 한반도는 절반 남짓 그렸는데, 서울은 빨간색으로 크게 그렸다. 휴전선 이북 조금은 북한이고, 남쪽에서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저 시골이라고 퉁쳐버리며 모두 파랗게 색칠을 했다. 그래도 제주도는 귤이요,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표시했는데, 이 엉성한 와중에도 독도 옆에는 울릉도도 표현되어 있는, 제 딴에는 섬세한(?) 지도다. 보통 지도의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정확성 따위는 무시한 이런 지도도 분석의 가치가 있다. 이런 것을 심상지도(Mental map)라고 하는데, 그린 이의 심상을 반영한다.
이 지도는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나 독도 문제에 대한 강렬한 인식 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서울 사람들이 얼마나 서울 중심으로 사고하는지를 보여준다. 전자가 무심결에 드러난 심상이라면 후자인 서울 중심 사고는 이 지도가 그려진 이유다. 서울 사람이 얼마나 오만하게 서울 중심의 사고를 하는지, 그들이 견문으로 아는 세상이 얼마나 편협한지 풍자한 것이다. 역사 리터러시 규칙 제7조는 인간의 이런 좁은 견문과 관련되어 있다. 내가 살아봤다고 그 시대를 다 아는 게 아니다가 바로 이것이다.
얼마 전 ‘1990년대 해외여행 자율화로 대학생 사이에 배낭여행, 어학연수 등이 보편화됐다’고 글을 쓰려다 멈칫한 적이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보편화’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경험적으로 따져만 봐도 내 고등학교 친구들의 어학연수 비율과 대학교 동기들의 어학연수 비율, 해외 배낭여행 비율이 상당히 차이가 났다. 여기에는 당시까지만 해도 군미필자의 출국이 까다롭던 상황이라든가 집안의 분위기, 경제적 상황 등이 작용했다. 문호가 열리면서 그 이전에 비하면 해외 경험을 한 사람들이 괄목할 정도로 늘기는 했지만, 대학생 중에서도 다수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거기에 당시 대학 진학률이 20%대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꼴랑 대학생 일부의 경험을 가지고 그 시대의 보편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이를 깨달으며 조용히 문장을 다시 다듬었다.
한국사를 공부하신 어떤 교수님은 하필 5·18민주화항쟁이 일어난 바로 그때 광주 인근에서 장교 교육을 받으셨다고 했다. 한창 교육 중에 부대가 술렁술렁하더니 ‘폭도들’이 실려 왔다고 한다. 연병장에 떨궈진 ‘폭도들’에 대한 구타가 난무하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들이 무장을 했고 어쩌고저쩌고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도 분노와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적대감이 치솟아 올랐다고 했다. 자기 부대가 투입이라도 될까봐 무서웠다고도 하셨다. 그러나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으면, 5·18은 그때 보고 들은 이야기가 다인 줄 알았겠지라고.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의 한계가 이런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폭은 매우 좁다. 다녀본 데도 얼마 없고, 만나는 사람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여행도 하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 견문이 넓어진다?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받아들이는 그릇이 유연하고 커야 견문도 확장되는 법이다. 그릇이 작은데, 거기에 뭘 부어봤자 넘치기나 하지 별 소용이 없다. 역사학 공부는 일단 당대 수많은 사실들이 나름의 ‘진정성’을 가지고 경쟁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하다못해 부부싸움도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고 하는데, 역사학은 안 그렇겠는가? 그 사실들을 저울질하며 전체 판도와 흐름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 역사학 공부다. 그런 공부를 통해, 한 시대를 산 사람들의 개별 경험을 존중하지만, 그 시대의 전체적인 상은 개인의 경험을 초월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역사학이다. 항상 자기 경험이 협소할 수밖에 없음을 겸허히 통찰하며, 다른 이의 경험을 존중하는 것,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공감은 여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감과 물러섬의 도리
언론과 미디어
점진적 방법으로 이뤄진 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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